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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울진 1호기 방사능준위 상승 해설 - 핵발전소의 기기냉각수 계통



2주전 울진 1호기 기기냉각수계통(Component Cooling Water System. 흔히 CCW라고 한다.) 에 있는 시료 채취 열교환기 튜브 문제로 방사능 수치가 높아진 적이 있었다. 처음엔 일부언론에만 보도되었으나, 조만간 전체언론으로 확대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한동안 뜨거운 쟁점이 된 적이 있었다.


흔히 탈핵교육을 할 때는 이해를 돕기위해 원자로를 중심으로 한 1차 계통과 터빈을 중심으로 한 2차 계통만 설명한다. 이중 기기냉각수계통은 잘 언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울진 1호기에서 일어난 것이 대체 어디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며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복잡한 도면이 얽혀 있는 그림들도 많이 있지만, 그 중 깔끔한 설명이 나온 것을 갖고 설명을 다시 하겠다고 했는데.. 그만 그 사이 1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설명을 하려고 찾던 중 다른 일 때문에 옆으로 치워 놓은 책이 오늘 책상정리하다 다시 튀어 나와 생각난 김에 간략히 글을 적어본다.


실제 핵발전소의 계통은 크게 1차 계통과 2차계통으로 나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계통(System)들이 얽혀있다. 크게 분류한 발전계통만 원자로계통/원자로보조계통/공학적안전설비/발전소 보호계통/발전소 감시계통/발전소 제어계통/터빈발전기계통/발전소 전력계통 등 8개이고, 이 각 계통마다 하위 계통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발전소 제어계통에는 원자로제어계통/제어봉구동장치(CEDM) 제어계통/주급수 제어계통/터빈증기우회 제어계통/원자로출력 급감발계통/가압기 압력제어계통/가압기 수위 제어계통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 때 탈핵학교 강의를 통해 이 전체 계통을 쭉~ 설명해보려는 "야심"을 가져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포기. 핵발전소에는 1차계통과 2차계통이 있어요만 갖고도 너무나 큰 벽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_-;; )

모두 계통(System)이란 말을 쓰기 때문에 조금 헷깔리기는 하지만, 각각이 역할과 기능이 완전히 구분되는 계통이다.


기기 냉각수 계통은 원자로보조계통(Reactor Auxiliary System, RAS)에 포함된 계통이다. 원자로 "보조"계통이란 이름처럼 원자로 운전시 냉각재가 원활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1차계통이다. 여기에는 원자로의 냉각에 직접 쓰이는 냉각재의 양을 유지하고, 냉각재 내부의 불순물 등을 제거하는 화학.체적제어계통(CVCS), 원자로 제어에 사용되는 붕산을 회수하고 재사용하는 붕산회수계통(BRS), 1차 계통에 딸린 각종 열교환기에 냉각수를 제어하는 기기냉각수 계통(CCW) 등이 포함된다.

열교환기라는 표현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수 있는데, 우리 주변에 보이는 라디에이터, 온돌 파이프가 대표적인 열교환기이다. 보일러의 뜨거운 물이 밖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열은 라디에이터나 온돌파이프 밖으로 나온다. 보통 열교환기는 무언가를 데오는데 사용되는데, 기기냉각수 계통의 열교환기는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한다. 즉 시료로 채취하기 위한 냉각수나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온 열을 식히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열교환기가 작동을 하게 된다.  열교환기에는 라디에이터나 온돌파이프처럼 다양한 튜브(파이프)가 지나가게 되는데, 이곳을 지나면서 열이 이동하게 된다.


기기냉각수 계통은 폐회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왼쪽에 있는 완충탱크를 오고가며, 각종 기기를 식히기 때문에 만약 튜브에만 파손이 있었다면, 이 부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은 외부로 나오지는 않게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울진 1호기의 열교환기는 기기냉각수 계통의 시료채취계통의 열교환기 튜브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이름으로 기기냉각수해수계통(CCSW)가 있다. 이 경우, 냉각수로 해수를 쓰는 건데, 언론 내용만 본다면 울진 1호기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어보인다. 사고가 난지 10여일이 지났는데, 아직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정확한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고의 가제는 "시료채취 열교환기 손상에 의한 1차기기냉각수 방사능준위 증가" 내용을 알고 보면 별것 아니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참 낮설고 어려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