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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_보도자료_알림

[성명서] 기름값이 뛰고 있는데 원전증설이 해답인가? - 핵발전소 증설계획 언론보도에 대한 청년환경센터 입장

<청년환경센터 성명서>

기름값이 뛰고 있는데 원전증설이 해답인가?

- 핵발전소 증설계획 언론보도에 대한 청년환경센터 입장 -

최근 온 국민이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대형화물차나 중소상인이 많이 사용하는 소형화물차는 물론, 면세혜택을 받는 농업용, 어업용 석유의 경우에도 많은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일 각 언론들은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핵발전소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20기의 핵발전소와 건설-계획 중인 8기의 핵발전소 이외에도 최소 9기의 핵발전소를 건설하여 핵발전의 비중을 55~60%까지 늘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6월 26일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9일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에 대해 지식경제부가 해명보도자료를 내었지만, 각 언론들은 마치 이러한 계획이 확정이나 된 듯 연일 보도하고 있다. 현재 전력 중 핵발전 비중이 40%선임을 고려할 때 55~60%로 핵발전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상당히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대책이 사실이라면, 이는 실로 황당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크게 고통받고 있는 것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유가격과 물가가 급격히 뛰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값, 경유값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석유가격이 뛰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수송과 산업부분에서 사용되는 것들이다. 전체 석유소비 중 34.1%가 수송부문에 사용되고 있으며, 52.7%가 산업부문에 사용되고 있다. 반면 발전부문에 사용되는 석유 소비는 전체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수송과 산업부분에 사용되는 상당부분의 석유가 전력으로 치환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면 전력 생산원을 바꿈으로써 현재의 고유가 문제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에너지 상황과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점을 잘 모르고 있거나 다른 의도로 핵발전을 강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석유가격 상승에 따라 석탄과 가스 가격도 함께 동반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전체 전력의 40%를 핵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비중 수치이다. 핵발전은 그 특성상 경제적, 기술적 문제로 출력량을 수시로 조절하여 전력수요에 맞추는 첨두부하용보다는 항상 일정한 수치의 출력량을 통해 전력의 기본량을 맞추는 기저부하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해당 발전원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체 전력수급에는 이상이 없도록 에너지원별 전원구성비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진으로 인해 7기의 핵발전소가 동시에 가동중지 중인 일본이 여름철 전력대란을 무사히 넘긴 점 등은 전원구성비가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국외로 전력을 수출하고 있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핵발전 비중이 50%가 넘는 국가는 찾기 힘들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30%이내의 비중으로 핵발전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꾸준히 진행된 핵발전소 증설로 인해 전체 전력대비 40%를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야간에 전력이 남아돌게 되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야전력 사용을 권장하거나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양수발전소를 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쪽 편에서는 에너지 절약, 고효율화를 부르짖지만, 막상 다른 편에서는 남아도는 전력을 감당하지 못해 비효율적 운영을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55~60%대로 핵발전 비중이 지금보다 더욱 높아진다면, 이러한 아이러니는 더욱 확대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핵발전소 증설은 새로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부지선정과 건설을 진행한 4개지역 - 고리, 월성, 영광, 울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려는 계획은 모두 무산되었다. 현재 건설중인 6기의 핵발전소가 모두 “신(新)”이란 이름을 붙이고 기존 발전소 옆에 지어지고 있는 점은 그동안 핵발전소로 인 지역갈등이 얼마나 심했던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러나 이번에 보도된 대로 핵발전소가 증설되기 위해서는 기존 부지 옆에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된다. 현재 남아있는 4~6기 정도의 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규부지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핵발전소 추가건설 결정 및 계획추진이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한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쇠고기문제, 한반도대운하 건설, 공공부문 민영화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것이다. 핵발전소 추가 건설 및 부지 선정은 이번 발표처럼 일방적인 발표와 계획 추진으로 이루어질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풀려야 함을 정부는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보도에서는 고유가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문제, ‘미래원자력종합계획’ 등 예민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야할 문제까지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사안은 핵발전소 증설 문제보다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와 매년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자되는 ‘미래원자력종합계획’을 단지 고유가라는 이름을 단숨에 추진하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번 보도가 지식경제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이는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이 더욱 확대되기를 원하는 핵산업계와 일부 원자력학계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과거의 과오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로 핵발전소 건설문제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고유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 그 고통을 바탕으로 중요한 국가 정책을 도매금으로 넘기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에너지 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원래 취지를 살펴 핵발전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데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2008. 6. 2.

청년환경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