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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COP14 참가

COP3와 COP14, 그리고 이후의 기후변화 운동을 위하여..


COP3와 COP14, 그리고 이후의 기후변화 운동을 위하여..

이헌석

개인적으로 기후변화협약 3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3)는 인상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던 나는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그다지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았지만, 당시 준비되고 있는 국내외 흐름에 편승(!)하여 교토를 다녀왔다.

교토에서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열리던 1997년 겨울은 그다지 좋은 기억들이 있던 때가 아니다. IMF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이 절망에 빠져가고 있었고,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지 10여년이 되었지만, 대학생들의 해외여행(물론 공식적인 이름은 당사국 총회 참가였지만)이 그리 많지 않았고 또한 주위의 시선도 그다지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당시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11월말, 12월초는 학생운동 1년을 결산하는 학생회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여러모로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총학생회 선거가 끝난 직후였고, 나는 그 선거에서 선본장을 맡았다. 선거를 마치고 평가도 하지 않고 선본장이 외국으로 가는 것은 흔히 용납되기 힘든 일이다. 거기에 졸업을 앞두고 시험기간과 총회가 겹친다거나 군미필자가 해외에 나가기 위해 복잡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들까지 - 지금은 그때에 비해 상당히 간소화되었다. - 한꺼번에 겹쳤으니 지금 생각하면 얼마 안되는 기간이지만, 교토를 다녀 온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교토에서의 감흥은 남달랐다.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을 만난 문화적 충격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다. 자유분방하여 무질서해 보이지만 자신의 메시지가 분명하고,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부각되는 토의방법, 의사결정방법, 사업집행, 조직력은 짧은 학생운동기간 동안에 느껴오던 것과는 분명히 대별되는 것이었다. 몇 개의 단초를 바탕으로 느끼는 '새롭다'가 아니라,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문화의 차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교토회의, COP3에서 주로 논의 되고 결정된 것은 '교토의정서'였지만, 막상 회의의 주된 내용과 의미들을 알아가기 시작한 것은 회의에 참석할 당시가 아니라, 이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였다. 언어의 장벽, 사전지식의 부족, 기후변화 이슈에 집중했던 절대적 시간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 COP3 회의 참가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느끽에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리는 COP 14 회의는 여러모로 교토 COP3와 비슷하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높은 환율, 조직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환경센터. 심지어 출발 당일부터 꼬이기 시작한 일정까지.....(선거일정 때문에 COP3에 늦게 떠났다가 일찍 돌아오기로 한 나는 이 때문에 비행편, 현지 숙소 연락 등에 모두 문제가 생겨 마음 졸이며 첫 출국을 맞았다. COP14에서는 비행기 2시간 30분 연착, 기차 7시간 기다리기 등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또한 이번 COP14가 내년 COP15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것이 향후 기후변화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이 두가지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아니 차이점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교토 COP3 이후 기후변화 이슈를 접하기는 했으나, 이후 기후변화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응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에너지 절약운동, 2001년 기후변화행동이나 환경정의의 기후변화 실천단과 같은 젊은 환경그룹들의 실천 등은 계속 이어졌으나, 아직 우리사회에서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나, 지역에너지 자립, 지역간 에너지 형평성, 에너지 기본권, 핵발전과 기후변화 등 자신의 이슈와 기후변화 문제를 묶어 내는 작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이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은 많이 있었지만, 이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만들어가지 못한 한계이기도 하다. 외국의 관점과 이야기,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기에도 사실 버거운 우리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하다'고 자책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후변화문제의 주요한 대응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실상은 문제 해결보다는 '포장'하고 '덧칠'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COP14에 참여하는 이들의 생각은 모두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내가 갖고 있는 COP14의 결의(!)는 이런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혼자만의 결의(!)로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주제들은 네트워크과 협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협력의 시작이 COP14가 되었으면 한다.

2008.11.30. 04:36 베를린 중앙역 벤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