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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6.4지방선거와 7.30 보궐선거 특히 동작을과 과천 선거결과에 대한 몇가지 생각.

(2014.7.31. 페이스북 글쓰기)


내 생각 정리해볼 겸 쓴 6.4지방선거와 7.30 보궐선거 특히 동작을과 과천 선거결과에 대한 몇가지 생각.


1.

진보진영은 20여년간 '풀뿌리 정치'를 강조했지만, 정작 현실정치에선 풀뿌리 정치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최소한 기초의원을 뽑는 선거에선 풀뿌리 정치를 외치는 '동네 일꾼'이 당선되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시장급 선거에서는 '동네일꾼'보다는 '명망가', '유명인' 등 인물론과 정당지지도가 그대로 먹히고 있다.


풀뿌리 정치론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 국회의원이 '동네 일꾼' 으로 국한되어서는 안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투표 경향에서 이것을 고려해서 지역구활동을 오래한 이들이 외부영입인사들과의 경쟁에서 경선과정에서 떨어지거나 낙선했는지는 따져봐야 겠지만, 풀뿌리 정치를 통해 국회의원을 만들자는 전략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기초의원은 이와 다른 투표성향과 성격을 갖고 있다.)


2.

2-1

선거에서 진 것. 특히 당선자와의 표차때문에 '누구 탓'을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개인의 탓을 떠나 야권연대는 끝났으니 이제는 아예 당대당 통합을 하라는 언론의 기사들까지 쏟아져나오고 있다. 당연히 아쉬움은 있겠으나 선거의 결과는 결국 '자기 탓'이다. 남에게 결과를 돌리는 건 '내부 추스리기'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데는 오히려 해가 된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다른 사람을 탓을 하면 자신의 허물이 모두 덮어지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술한잔하고 한풀이를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이들은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선거 평가에서 야권연대의 시기, 방식을 선거패배의 주요한 요인으로 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2-2

비슷한 맥락에서 진보정당진영의 '남의 탓'도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특히 '언론 탓'이 많은데.. 이는 근소한 차 - 최소한 10~20%의 지지율을 갖고 있을 때 이야기이다. 입장을 바꿔 1~5% 지지율을 갖고 있는 후보에게 그정도의 지지율 만큼의 관심을 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언론 노출을 통한 인지도 상승은 선거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하는 것이다.  선거때 언론은 누가 승자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있지, 승자구도에서 멀어진 이들은 '이런 후보도 나왔어요'라는 미담 소개 수준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준점은 언제나 여론 조사 결과이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10% 미만의 오차를 보일 뿐 큰 틀에서 선거결과와 맞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이전에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게 맞지 '언론 환경이 안좋다'는 이야기는 좀 심하게 말하면 '변명'이다. 아무리 무소속이거나 진보정당 후보라도 지지도가 높으면 그 사람은 언론의 주목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 없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원순 시장이 주목받지 못하다가 안철수와의 만남 이후 여론조사결과가 높아지면서 결국 언론의 주목받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정치는 이런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2-3

야권연대에 실패했으니 아예 당대당으로 통합하라는 주장도 참 우스운 주장이다. 각 정당의 역사와 생각이나 문화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이 주장은 정말 말도 안되는 '책상머리 제안'이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지금의 진보정당이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무시'당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당 여러개 나오는 것 보기 싫으니 다음에 나오지 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종종 이러한 주장을 '야권대통합'이라든가 '빅텐트론' 등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해서 정권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는 지는 알겠으나 현재 야당의 상황을 보나 앞으로 한국 정치의 방향을 보나 이런 해법은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서거나 실제 정권교체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생각의 근저에는 항상 '어짜피 비슷한 놈들'이 아니냐는 – 각 정당의 색깔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야기가 깔려 있다. 


2-4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2-3번 이야기(야권대통합)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될 국면에 왔다. 이는 87년 대선부터 뿌리 깊게 진보진영을 괴롭혀 오던 논리인데, 당시는 세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야권대통합’논리에 대응한 것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밑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 상태에서 같은 논리에 직면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 국면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진보정당운동은 최소 30년이상(한세대. 현직에 있는 이들이 모두 은퇴하고 난 다음)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진보정당진영 전체가 상황을 직시했으면 한다.


2-5

이와 관련해서 종종 ‘이번 선거는 처음이니까’ 혹은 ‘두번째니까’, ‘점점 나아지겠지’ 이런 말을 많이 듣는데.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거의 20년째 듣고 있는 입장에선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한국의 정당은 시민단체와 달리 회원(당원)이 한명 한명 늘어나면서 역량이 쌓이고 실력이 늘어나지 않는다. 


100명의 조직원을 100표, 200표 얻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그냥 조직운영이다. 100명의 조직원을 바탕으로 1만표, 10만표를 얻는게 정치이다. 즉 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랑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사람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고 움직이는 것이 정치이다. 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이다. 어느 정당이나 선거구 하나에 조직원 수만명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당선되기 위해서는 수만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치 지형’을 통한 큰 흐름인데 내가 보기에 진보정당이 가장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정치 지형’은 고사하고 자신의 조직 추스르기도 벅찬 상황인 것이 현실이다. 시도지구당 내에서의 각종 분란, 사람들사이의 대립과 충돌은 어느 조직이나 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수습하고 더 큰 기획을 만들어야 하는데, 곳곳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내부 정리’조차 잘 안되고 있는 진보정당의 모습이다.


3.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6.4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은 졌다. 다만 교육감 선거 등 일부 선거 결과가 좋게 나와 그것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진 정도가 아니라, ‘참패’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게 졌다.


언제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인식’이 중요한데,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이후로 참패를 거듭해온 현 상황에선 문제인식의 피로감이 너무 높은 것 같아 걱정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문제는 알겠는데, 해법을 모르는 상황이 너무 오래되어 왔다.


특히 현장에서 20여년을 고생하고 있는 동지들을 보면 그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이제 극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2번의 선거에 대한 평가와 해법 제시는 획기적인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이미 수차례 확인 한 것처럼 기존의 인물, 계획, 방법론은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 더 새로운 사람과 계획, 자금을 끌어오지 않으면 ‘간판만 남은 진보정당’ 상태에서 벗어 날수 없는 건 너무나 자명하다. 저 사람은 ‘개량’이야, ‘우리 조직이랑 안 맞아’, ‘우리 조직사람이 아니야’ 이런 평가를 하기엔 너무나 절박하지 않은가.


새누리당이 ‘모든 걸 바꾸겠다’며 ‘표 구걸’하는 모습은 진보진영이 보기엔 우습기 그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기존의 질서를 지키거나 과거로 회귀하는 보수, 혹은 수구세력이고, 모두 지역에선 돈과 명예, 권력을 다 가진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에선 ‘권력 재창출’을 위해 모든 걸 던진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홀로 ‘원칙’을 지키며, 고고한 학처럼 살려면 이론을 연구하거나 평론가로 살아야지 현실정치판에 들어오면 안 된다. 


현실정치는 언제나 비굴하며, 서로서로 권력을 잡겠다며 싸우는 진흙탕이며 현실과의 타협이다. 이를 두려워해서는 정치판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 역시 그 진흙탕 싸움이 싫어 밖에서 관망하는 평론가 역할을 계속 반복하고 있으나, 자신의 모든 걸 던져 활동하는 동지들의 악전고투와 이제 더 떨어질 때 없는 밑바닥에 있는 진보정당운동이 너무 가슴 아파 몇 글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