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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새정치연합 박영선 위원장과 세월호 가족들과의 어제(10일) 간담회 전문을 보면서 든 몇가지 생각.

(2014.8.11. 페이스북 글쓰기)


새정치연합 박영선 위원장과 세월호 가족들과의 어제(10일) 간담회 전문을 보면서 든 몇가지 생각.

1.
지금의 야당이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너무 많으니 생략하고, 가족들과 기본 소통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사회의 '협상'과 '정치'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상을 위해서는 카드가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밀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FTA 협상이나 시민단체들이 정부와 진행하는 협상(혹은 협의)에서도 이 놈의 '비장의 카드' 때문에 결국은 비공개 밀실협상으로 진행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 모든 것은 잊혀지고 '협상 승리의 뒷이야기'라며 한껏 치켜세우지만, 밀실은 밀실이다. 이번처럼 결과까지 좋지 못할 때 '내부 협상의 방법론'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은 외부협상(당사자와 하는 협상)만큼이나 내부 협상(같은 편까지 협상 내용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1
우리 사회에서 의견수렴창구가 너무 없다보니, '국회'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기도 하고 너무 많은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거래(deal)'가 진행되는 곳이다. 하나를 따내기 위해선 뭘 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공간이다. 무조건 내가 100% 다 갖고 오는 건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와 정치지형이 중요한 것은 주도권과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정치연합은 '줄 것'이 없었다. 선거에서라도 대승을 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을 밀어붙였겠지만, 그나마 실패. 결국 핵심을 놓치고 협상을 마무리지으려고 했던 것이다. 역산해보면, 7.30 보궐선거에서 무슨수를 써서라도 이겼어야 했다. 당시 선거의 책임을 지고 있던 김한길. 안철수 2사람은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 결국 박영선 위원장이 그 뒷 '설겆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김, 안 두 전 대표는 책임을 진게 아니라, 책임을 피해 도망간 셈이 되어 버렸다.

2-2
진보정당 입장에선 1명의 국회의원이 절실하고 국회의원 1명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 같지만, 현실정치에선 거대 야당 이라도 다수당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안건은 '여야의 합의'에 의해서만 올라갈 수 있고, 설사 표결로 처리하더라도 '부결'될 것이 뻔하다면, 회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이런 면에서 타켓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되는 것이 더 맞지 않았느냐는 생각이다. 물론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새정치연합을 찾아간 건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솔직히 새정치연합에겐 특별법을 통과시킬 힘이 없다. 박영선위원장이 이 문제에 집중해서 강하게 밀어붙인다 할지라도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하다. 

실리적인 측면이외에도 운동적 구도 측면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안일한 일처리에 분노는 가지만, 결국 반새누리당 전선에 금이 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는 가족대책위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새정치연합의 잘못도 크다. 빨리 협상을 타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더 보여주고, 공을 새누리당에게 넘기는 정치적 묘수가 필요했는데, 결국 자신이 해결도 못하면서 모든 걸 떠 안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후 설사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원하는 걸 얻더라도 새정치연합의 안일한 모습만 기억할 뿐 협상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경향] 세월호 참사가족 10년이든 100년이든 싸우겠다(박영선 위원장 면담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110030281&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