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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이후의 대응 계획 수립을 위하여

<한국사회포럼 2008 - 기획워크샵 2 "에너지위기의 시대, 에너지전환을 고민하다 - 에너지 사유화를 넘어 국가에너지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토론문(2008.8.29)>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이후의 대응 계획 수립을 위하여

 

이헌석(청년환경센터)

 

1.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까지

○ 지난 8월 27일, 국가에너지 위원회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6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이후 약 3개월만이다.

○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계획 수립의 문제점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결국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약간 늘어난 것 이외에는 큰 성과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과다한 에너지수요예측, 핵발전 비중 증가 등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것들이 정부의 계획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말 그대로 국가에너지정책의 기본 골격을 잡는다는 의미에서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 수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 하위 기본계획과도 맞물리는 기본계획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큰 계획이 통과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세부적인 계획들을 다시 수립-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다시 들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따라서 27일 국가에너지위원회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해서 모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 그리고 매우 상세한 문제점들이 아직 남아 있다.

 

2. 아직 끝나지 않은 그러나 쉽지 않은 싸움들

○ 전력수급기본계획 대응

- 가장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2년마다 15년계획으로 다시 수립하고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확정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으로 인해 늦춰져 왔다.

- 그러나 이는 공청회 등 대외적인 일정의 지연이지, 내부적으로 ‘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지연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이번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서 단연 관심사는 3차 수급기본계획에서 C1 등급에서 반영되지 못했던 핵발전소 2기와 영흥 화력 7호기~10호기 등 화력발전소 등 2020년까지 계획에서 제외되었던 물량과 신재생에너지 11% 목표와 맞물려 밀려들어 올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이다.

-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 당시, 각 발전 사업자들은 2020년까지 발전설비용량을 11,312만kW로 만들겠다는 의향을 제출한 바 있다. 이는 정부의 전기소비예측량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이를 모두 반영할 경우, 설비예비율은 57.5%에 달할 정도였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이전과 달리 현재는 발전사의 의향 신청을 바탕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 그러나 얼마 전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상에서 2006년 대비 2020년 전력수요량을 46% 증가하는 것(30.0백만TOE->43.9백만TOE)으로 잡고 있다. 이는 3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잡고 있는 전력설비증가율 36.5%(2006년 6459만kW->2020년 8815만kW)을 뛰어넘는 수치로서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제외되었던 후보물량을 추가하고 신규물량을 더 넣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편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당시 지적되었던 수도권 전력문제 해결과 사회적 형평성 문제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 현재 전력수급문제는 전국토의 문제도 있지만,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전력란 해결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3차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수도권 전원공급을 별도의 항목으로 넣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도권 수요를 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설비 및 원거리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계획으로 잡고 있다.

- 이는 당연히 새로운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원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수도권 과밀집 문제와 신도시 건설 문제 등 전력수요가 늘 수 밖에 없는 요인들이 계속 발생하는 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 사회적 형평성 문제는 매번 공청회가 있을 때마다 지적되던 사안이다. 현재 발전소 배치는 서해안에 화력발전소 단지, 동해안에 핵발전소 단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발전소 단지의 구성은 전력생산지와 소비지가 멀리 떨어져 있음에 따라 송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신규발전소 부지를 찾아야 하는 핵발전소, 지역주민-지자체와의 약속과 무관하게 늘어나고 있는 영흥화력 등의 문제들이 모두 이러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 사용후핵연료관리 공론화 문제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문제는 2007년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사안이다.

- 경주 방폐장에 들어갈 중저준위 폐기물과 달리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핵무기 전용가능성으로 인해 그 보관과 재처리 등은 국제사회의 관심사안 중의 하나이며, 실제 감시를 받고 있는 물질이기도 하며, 중저준위핵폐기물에 비해 보관기간이나 기술 들이 매우 어려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시설은 아직 건설된 곳이 없다. 각 국가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가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발전소를 지어왔기 때문에 그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에 임시저장고가 포화된다고 밝히고 있다. 2016년 포화가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현재 정부가 핵발전 비중을 60%가까이 올리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공론화 및 해결책 마련은 매우 시급한 시점에 있다.

 

- 이 문제 역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 맞물려 현재 잠시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9월부터 관련한 정부의 계획은 발표되기 시작할 것이며,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주장해 온 사회적 합의 과정이 얼마나 지켜지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지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남아있다.

 

○ 핵발전 확대를 위한 지원계획들

- 이와 다른 한편으로 작년 과학기술부는 ‘미래원자력종합계획’이라는 또 다른 마스터 플랜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스(pyro-process)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실증시설을 2025년까지 완료하고 2028년까지 파이로 핵연료를 이용한 실험 실증로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 이는 단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고 될 수 있는 측면이 아니라, 한반도비핵화선언, 한미원자력협정 등 국제사회와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야심찬 계획이다.

 

- 이러한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은 미래 원자력기술을 만들기 위한 R&D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 당시 과학기술부의 계획발표는 정권말기에 이루어진 것이라 실효성에도 논란이 있었으며, 자금계획 등이 상세히 나와 있지 않아 ‘계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 그러나 최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 ‘녹색 성장’의 동력으로 새로운 에너지원 창출과 이를 통한 고용 및 산업활성화를 생각하고 있는 점들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 이 역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등으로 인해 절차가 계속 지연되어 왔으며, 조만간 교육과학기술부가 ‘원자력위원회’ 등을 열어 관련 내용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개 석상에서 밝혀 온 바 있다.

 

○ 환경파괴적 신재생에너지 확대 문제

- 신재생에너지 11% 구상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 그리고 이 수치를 채울 수 있는 계획과 재정, 의지가 있는냐에 대한 문제제기와 별도로 신생 산업으로서의 신재생에너지은 새로운 문제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인천시와 중부발전이 본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강화조력(812.8MW), 한국해양연구원, 한수원 등이 R&D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만조력(1440MW)은 대표적인 환경파괴 재생에너지의 목록에 포함될 것이며, 이는 쓰레기소각에너지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환경부의 계획, 풍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 문제 등 이미 알려진 사안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환경갈등으로 부각될 것이다.

 

- 특히 신재생에너지 11% 구상을 채우기 위한 계획과 온실가스 저감의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탄소credit을 판매하기 위한 각종 계획들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맞물리면서 성장주의 일환으로서 재생에너지가 자칫 잘못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에 대해 그동안 ‘재생에너지의 환경파괴’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었던 환경운동진영이 보다 구체적인 원칙 수립을 해야 할 때이다.

 

○ 2기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 및 운영 문제점

- 2006년 출범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올해 11월로 임기 2년을 마감한다. 2기 국가에너지위원회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같은 큰 기본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지만(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 사용후핵연료 문제 공론화, ‘녹색성장’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계획, 시시때때로 언급되는 발전산업 민영화 등 예상되는 사안을 생각했을 때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행 국가에너지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는 출범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던 과제들이다. 독립사무국의 구성, 위원회 구성 및 운영의 민주성, 위원회 결정 내용의 투명성 등 다양한 사안들은 2기 위원회 구성에서도 그대로 안고 가야할 과제이다.

- 따라서 2기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문제 역시 1기 위원회 구성 당시 논의를 했던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 사회운동 전반이 다시 논의하고 고민해야할 주제가 될 것이다.

 

3.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 그동안의 대응에서 생기는 문제점들

-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여전히 ‘소통’문제이다. 1기 국가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선임과정에서의 소통문제는 이후 위원들과 단체들간의 소통문제로 이어졌고, 에너지시민회의 구성 이후 일부 소통이 원활해진 측면이 있으나, 사회운동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얼마나 잘 소통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 국가에너지위원회와 같은 정부 위원회는 보이콧 전술을 택하지 않는 이상, 참여를 통한 적극적인 정보 소통이 필수적인 사안이다. 또한 매 사안에 대한 각 단체 및 참여 위원들간의 소통은 매우 중요할뿐더러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될 수 도 있는 사안이다.

-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후 대응 계획을 논의함에 있어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 관심 속의 무관심 그리고 ‘3000억 효과’를 통한 문제 해결 접근법

- 이번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대응에서 다시 확인한 안타까움 중의 하나는 많은 이들의 ‘무관심’이다.

- 어려운 수치와 도표가 난무할 수 밖에 없는 에너지 문제의 특성도 있겠으나, 기후변화나 고유가 등 유사한 문제에 대한 관심에 비해 매우 직접적인 사안인 에너지 문제에 대한 주위의 관심은 애처로울 정도이다.

-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지역주민, 노동조합, 사회운동진영, 진보정당까지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이에 비해 보상을 중심으로 한 사안 접근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최근 경주의 ‘방폐물관리공단 경주 이전 문제’, ‘양성자가속기 건설비용 지원요구’, 부산의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보상문제, 각 발전소 인근 지역 어업권 보상문제 등 다양한 보상문제가 - 대부분의 환경단체들은 무관심 속에 - 매우 다각도로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하고, 몇몇 지역에서는 보상에 관심이 있는 상황. 이러한 상황이 이후 환경문제를 고민함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 특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부지선정 문제 등 보상 문제와 밀접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 에너지 운동의 새로운 동력 찾기 - ‘10만 양병론’이 필요한 때이다.

- 최근 에너지부문 활동가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전통적 반핵운동에서 에너지효율, 기후변화대책, 지역에너지자립 등 분야도 다양해졌지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 그러나 그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과 범위도 넓어졌다.

- 과거 반핵운동은 운동의 근간을 해당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부터 찾아왔다. 안면도, 굴업도, 부안의 투쟁이 그러했고, 4개 핵발전소 지역이 그러했다. 그러나 지역운동으로부터 동력을 찾기 힘든 지금. 에너지 문제로 인한 사안은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운동의 동력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 것인가?

- 다소 뜬금 없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를 에너지운동에 관심이 있는 활동가, 지역주민, 노동조합원, 일반 시민들로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10만 양병론’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은 고민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이 있을 때 실천을 할 수 있는 10만명의 든든한 후원군.

- 이러한 것을 만드는 것은 단지 성명서나 신문 칼럼으로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고, 소수의 활동가들이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기존의 방식을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

- 또한 얼마 되지 않는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입장과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배포하여 접근의 문턱이 높아져버린 기존의 운동방식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운동의 동력이다.

- 하지만 필요성이 분명하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운동의 매력이기도 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광범위하게 자신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 그 계획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 방법이 무엇이든, 기존의 한계와 틀을 부수기위한 우리의 실천들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