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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핵발전을 선택하는 것인가? 핵발전 확대를 위해 기후변화를 끌어들이는 것인가?

<2008.8.29.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워크샵 강연문>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핵발전을 선택하는 것인가?

핵발전 확대를 위해 기후변화를 끌어들이는 것인가?

 

이헌석(청년환경센터 대표)

 

1. 핵발전을 둘러싼 논란과 입장

핵무기 기술 통제를 둘러싼 논란

히로시마와 나가시키에 핵폭탄이 투하되고 난 이후 국제사회는 핵무기 경쟁에 들어간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이후였지만, 각국의 핵무기 개발 경쟁과 실험은 계속 이어진다. 1949년 소련, 1952년 영국의 핵무기 실험에 이어 1952년과 1953년에는 미국과 소련이 각각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는 등 핵무기 경쟁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 애초 나치에 대항해 싸울 핵무기를 만들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아인슈타인이 1955년 각국의 군비 축소와 함께 핵무기 폐기 협정을 촉구하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이끌어 낸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전력 생산을 위한 핵발전의 시작은 이러한 군비경쟁 가운데 나왔다. 1953년 미국의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국제연합에서 발언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은 그동안 무기로만 사용하던 기술을 평화적인 형태 - 민간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군비경쟁이 한참이던 당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핵무기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 원자력평화이용 국제회의 개최(1955), 핵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기구인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이 발족(1957)되지만, 핵무기 확산은 미-소를 넘어 영국, 중국, 프랑스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1956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핵발전소 가동은 이후 전세계 각국으로 확산된다.

전력 생산을 주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원자로의 가동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지만, 기술 기반이 핵무기 관련 기술로부터 나왔으며 우라늄 농축기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 등이 핵무기 기술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 기술 확산’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으르 받고 있다. 실제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계획, 북한 핵실험 이전의 핵 프로그램 등 핵무기 개발로 의심하고 있는 계획들은 대부분 명목상으로는 자국의 전력난 해결을 위한 연구 개발 계획의 이름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핵무기와 핵발전을 둘러싼 이중적 관계는 힘의 관계로 재편되어 있는 국제사회 질서와 맞물려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 이상 핵무기 확산을 바라지 않고 있는 국제정치적 입장과 핵발전소 건설을 늘려 핵산업계를 유지-확대하기 위한 핵산업계의 입장, 국제정치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 기술을 갖고자 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뒤엉키면서 ‘통제되기 힘든 기술’로서의 핵기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

핵발전을 둘러싼 많은 논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다. 핵분열을 제어해 열에너지를 얻어내는 핵발전의 특성과 이 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로 인해 핵발전의 위험성은 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1986년 구 소련(현재는 우크라이나 공화국)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인류가 경험한 최대의 핵발전소 사고로 수차례의 폭발이 이어지면서 원자로 구조물이 떨어져 나갔으며, 방사능 물질은 인근 지역은 물론, 유럽 전역과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까지 확산되었다.

 

연도

사고 발생지

사고경위

사고영향

1957

윈드스케일(영국)

Wigner Energy 방출과정에서 실수로 원자로(흑연감속재) 사고

약 2만 큐리의 요오드 대기중으로 방출.

1979

드리마일 2호기(미국)

주급수 상실로 시작된 과도 현상이 밸브 개방후 고착상태로 이어졌으나 이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노심용융 유발

당국의 사고 은폐 논란, 외부 방사능 누출에 대한 주민소송 잇따라 진행. 미국 핵산업계에 치명적 영향.

1986

체르노빌 4호기(구 소련, 우크라이나)

불안정한 영역에서 규정을 무시하고 원자로 실험을 수행. 출력 폭주로 폭발사고 및 발전소 화재 발생

유럽 전역과 동아시아에 이르는 대규모 방사능 누출. 인근주민 17만명 소개령. 사고 이후 수만명 암발병 추정. 현재까지 접근 통제 중

1999

JCO 사 (일본)

핵연료 가공 중 규정의 7배에 달하는 용액을 주입. 임계사고 발생

40명 피폭. 인근 주민 대피령및 외각 31만명 외출금지령

<주요 핵사고 경위와 영향>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반경 30km 지역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며, 인근 지역의 갑상선암, 백혈병 등 각종 암의 증가와 함께 방사선 피폭과 강제이주에 따른 피해의식으로 인한 정신건강상의 문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핵발전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사고의 규모가 여타의 다른 사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그 피해가 2세, 3세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또한 설계 당시 예측한 결과를 벗어나는 인적실수, 설계상 결함, 지진을 비롯한 외부 요인 등 다양한 원인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핵발전소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중앙집중식 거대 발전을 둘러싼 논란

핵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은 보통 100만kw에서 140만kw로 대용량 발전소이다. 또한 핵발전소는 위치 선정의 문제로 인해 한 장소에 여러 기의 발전소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남 영광에 6기, 경북 울진에 6기, 부산 기장에 4기(고리), 경주에 4기(4기) 등 20기가 가동 중에 있으며, 울진에 2기, 고리에 4기(신고리), 경주에 2기(신월성) 등 8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경우, 울진권과 고리권(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사이)에 각각 8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게 된다. 이처럼 거대한 발전 단지가 건설됨에 따라 - 사고가 아니라 - 매우 정상적인 가동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환경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온배수 문제와 송전탑 건설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핵발전소 한 기당 배출되는 온배수의 양은 대략 초당 70여톤 규모, 발전소가 6-8기가 모여있을 경우 온배수로 인한 피해 규모는 계속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신고리 1,2호기가 들어설 기장군 앞바다의 경우, 표층 수온이 1도 높아지는 지역이 북동쪽으로 5.4km, 남서쪽으로 3.1km로 그 면적이 21km2에 달할 정도로 넓다. 이후 신고리 3, 4호기까지 모두 가동될 경우 그 면적은 32.1km2로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로 인한 발전소 주변 지역 어장의 변화와 피해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송전탑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대규모 전력을 한꺼번에 송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탑 건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서울-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765kV 송전선이 태백산맥을 넘어 수도권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고리와 월성에서 생산한 전력 역시 충북을 거쳐 수도권으로 765kV 송전선을 통해 송전될 예정입니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문제는 논란 중에 있는 전자파 피해 문제 이외에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의 중장비 이동, 건설 자재 수송로 확보로 인한 산림훼손, 토지 유실, 송전탑 건설 이후의 경관상의 문제 등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발전소로 인한 온배수 문제, 송전탑 건설 문제는 핵발전 이외에도 태안, 당진, 보령 등 서해안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화력발전소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이들 모두는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집중화된 인구밀도, 장거리 대량수송형태로 만들어진 전력시스템, 에너지 자립적이지 못한 도시 구조,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 등이 바뀌어지지 않는다면 계속된 논란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핵폐기물을 둘러싼 논란

핵발전소 사고 이외에도 핵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되는 지점에는 핵폐기물문제가 있다. 핵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은 그 세기에 따라 중저준위핵폐기물과 고준위핵폐기물로 구분되는데, 중저준위핵폐기물의 경우 보통 300-400년, 고준위핵폐기물의 경우 1만년 이상이 지나야 방사선의 세기가 반감된다.

 

이 반감기 동안 자연계로부터 격리되지 않을 경우,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유전자 변형, 기형아 출산 등 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이 오랜 기간동안 자연계로부터 어떻게 격리시킬 것인가가 핵발전을 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고민이다. 현재 고준위핵폐기물의 경우 처분을 위한 기술적 연구단계에 있으며, 중저준위핵폐기물의 경우 초기 기술적 검증 없이 처분한 폐기물들로 인한 인근 지역 오염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핵폐기장 건설 부지 선정이 20여년동안 논란에 휩싸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였다. 1978년부터 상업용 핵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1989년 울진, 영덕을 시작으로 90년 안면도, 94년 굴업도, 2003년 부안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역이 정부의 일방적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 공고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몸살을 겪었다. 오랜기간 자연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 핵폐기물의 특성상 사회적 합의 과정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1994년 핵폐기장 부지로 발표된 굴업도의 경우, 핵폐기장 부지로 적합하다는 정부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부적합 판정을 받아 핵폐기장 선정이 백지화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치밀한 계획 수립 없이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문제점은 2005년 중저준위핵폐기장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과정에서도 나타나 ‘3000억원+알파’라는 지역특혜, 각종 개발 공약, 지역 공무원들을 앞장 세운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에 중저준위핵폐기장이 건설되고 있다.

 

2.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중 핵발전 추진 비판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중 핵발전 관련 부분>

 

◇ 2030년까지 원전의 설비비중을 (‘06) 26%에서 (’30) 41%수준으로 재고

○ 에너지 안보, 효율, 환경을 위해 적정규모의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원 공급기반 구축

 

◇ 지속가능한 원전건설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

○ 원전 부지 확보

○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마련

○ 원전의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 강화

○ 원전연료의 공급 안정성 강화

○ 원전 기술자립을 통한 수출 산업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 2008~2030>

 

핵발전 강국 프랑스의 오류를 그대로 따라 할 것인가? : 기저부하 상승으로 인한 문제점

정부는 계획 우리 전력수급의 모범사례로 프랑스를 예로 들고 있다. 프랑스가 어떤 국가인가 전력 중 핵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상업용 핵발전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핵무기 제조기술까지 갖고 있는 핵산업의 선두 국가이다. 핵산업계의 입장에서 프랑스를 모범사례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것을 쫒아가는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프랑스는 많은 양의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표에서 보듯 매년 70TWh 정도씩 수출을 하고 있는 전력수출국가이다. 전력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압과 주파수에 문제가 생겨 전자기기의 수명을 단축하고 정밀가공공장에서는 제품 불량률이 높아는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하루 중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 소비량 중 변하지 않는 부분(기저부하)와 소비 추이에 따라 변하는 부분(첨두부하)로 나누어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핵발전은 한 번 기동과 멈춤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하루 종일 출력을 일정하게 - 거의 100%로 유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 기저부하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저부하는 핵발전과 석탄화력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기저부하의 양이 늘어나게 되는 경우이다. 늘어난 전력생산량을 어떠한 방식이든 소모해주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기저부하가 높아지게 되면 전체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 문제를 유럽전체로 연결된 전력망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즉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전력 수출은 대부분 기저부하용 전력(하루 종일 일정한 전력을 수출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2002

2003

2004

2005

 

수입

수출

수입

수출

수입

수출

수입

수출

벨기에

0.52

11.62

0.87

9.53

1.18

7.73

2.22

6.89

독일

0.39

19.23

0.43

20.57

0.71

15.77

0.79

16.51

이탈리아

0.46

18.92

0.44

17.99

0.60

17.09

0.67

14.47

스페인

0.23

9.17

0.60

6.55

0.76

6.55

0.75

7.56

스위스

1.36

11.49

1.67

12.50

2.53

12.50

2.82

10.42

영국

0.75

10.31

2.94

6.24

0.81

6.24

0.79

12.47

합계

3.71

80.74

6.95

73.38

6.59

68.38

8.04

68.32

<프랑스 전력 수입, 수출량(TWh)>

(출처 : IEA, "Electricity Information (2007 Edition)", 2007 )

 

 

2002

2003

2004

2005

 

수입

수출

수입

수출

수입

수출

수입

수출

오스트리아

4.90

8.23

4.12

10.17

7.22

9.61

9.10

15.46

체첸

11.18

-

12.74

-

13.12

0.14

13.02

0.41

덴마크

4.83

2.66

3.70

2.66

5.54

3.56

10.40

0.63

프랑스

18.80

0

19.65

-

15.49

0.40

16.24

0.49

룩셈부르크

0.88

4.63

0.83

4.61

-

2.97

-

3.93

네델란드

1.28

7.36

0.71

8.78

0.56

17.36

0.32

19.26

폴란드

0.61

1.87

0.28

2.76

0.45

3.20

1.05

2.26

스웨덴

0.85

1.35

0.57

2.20

1.27

1.45

3.36

0.44

스위스

5.04

12.27

4.21

13.68

4.54

12.12

3.37

18.54

합계

48.37

38.37

46.81

47.24

48.19

50.81

56.86

61.42

<독일의 전력 수입, 수출량(TWh)>

(출처 : IEA, "Electricity Information (2007 Edition)", 2007 )

 

반면 독일의 전력수출은 조금 다르다. 흔히 독일 전력 사례를 들면서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의 핵발전을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독일이 프랑스 전력을 많이 수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하나로 연결된 유럽 전력망으로 인해 국경지방은 인근지역에서 전력을 사오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전체 양을 따지만, 오히려 독일은 전력 수출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부문에 있어 수출, 수입이 불가능한 섬과 같은 곳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핵발전 비중을 무리하게 올리는 것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심야전력 증가로 인한 기저부하 부족설과 같이 불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켜 종국에는 에너지 비효율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원구성 시나리오가 다각적인 변수를 검토한 가운데 나온 시나리오 인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전체 전력 중 핵발전의 비중 결정방식은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량을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기본으로 하고 사후처리비용, 핵발전의 연료비(우라늄 가격), CO2 등 환경비용만을 변수로 놓고 계산한 것으로 그동안 핵발전소 건설에서 가장 크게 지적되었던 사회적 비용지출 및 지역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계산 방식은 전원 공급 중심의 정책 결정으로 여타 변수의 값을 최상치로 놓더라도 핵발전소 건설이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원 중 핵발전과 다른 발전원의 비중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발전원별 지역주민수용성, 안전성, 경제성 등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력수요의 감축을 통해 발전총량을 계속 늘려온 그동안의 전력공급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 원전적정비중TF의 그간 논의 쟁점과 한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지적한 핵발전 비중 논의의 한계점 등이 원전적정비중TF를 통해 지적되었으나, 시간과 예산 및 관련 지원의 한계로 인해 문제점이 지적된 기존 모델을 그대로 원전적정비중이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원전적정비중(안)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할지라도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확보된 핵발전소의 부지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있는 핵발전소 신규부지는 신고리, 신울진 6기에 불과함에 비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1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추가 부지 확보 또는 기존 부지에 재건축을 해야 하므로 지역주민 수용성 및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등이 강하게 문제기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핵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의 공급안정성과 관련해서 최근 가격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아 가격뿐만 아니라 공급안정성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0% 해외에서 핵연료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우라늄가격의 급등, 일시적 공급 불안전성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 방안과 이를 변수로 적용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원전사후처리 비용 계산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 원전철거비용 : 483원/kW·월 / 총 3,251억원 / 480개월 / 1,400MW 기준 (정부반영금액)

▪ 사용후핵연료 처분비 : 1,131원/kW·월 / 7,600억원 / 480개월 / 1,400MW 기준 (정부반영금액)

 

원전사후처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사후처리 비용이 너무 낮게 잡혀있다는 논의 이외에도 실제 사후처리를 위한 기술적 장벽 등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 현재 정부가 잡고 있는 원전철거비용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최신 발전소를 중심으로 5년마다 한 번씩 계산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최초로 지어진 고리 1호기를 비롯 초창기 핵발전소 등의 경우, 건설 시점이 오래되었으며 외국기술에 의해 지어져 설계도면 등 관련 자료를 모두 갖고 있는 최신형 핵발전소에 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지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 및 기술연구, 처리방안 등이 세밀하게 잡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산술적 계산만으로 핵발전소의 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을뿐더러 핵발전소 증설의 면죄부가 될 뿐이다. 따라서 핵발전소 철거 비용 및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은 전면적으로 다시 계산되어야 할 것이다.

 

심각하지만 계속 묻히고 있는 이야기 : 사용후핵연료 처분문제 해결 계획 없는 핵발전소

경주에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지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년동안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있었던 것은 핵문제를 조금만 관심있게 살펴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경주로 방폐장 지정과정에서 진행된 4개지역 주민투표는 지역주민들이 핵발전과 핵폐기물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을 변화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고리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사례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과거에는 뒤에서만 이야기되면 ‘보상’문제를 처음부터 들고 나왔다. 또한 2개로 나눠져 있던 지역대책위도 하나로 통합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상을 직접 진행하고 사실상 보상안인 지역발전계획안을 들고 나오는 적극성을 띄었다. 이는 모두 경주의 ‘3000억 효과’로 인한 것이다. 그리고 중저준위보다 더 위험성이 크다는 ‘고준위핵폐기물’ -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남아 있다.

2007년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사회적 합의 절차 중의 하나인 공론화 절차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것이다.

 

중저준위 핵폐기물과 달리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능 준위로 인해 완벽히 차폐되는 임시저장고가 있어야 하며, 만약 이것이 없다면 핵발전소 가동을 즉각 중단시켜야 하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중저준위핵폐기물이 임시 가건물 형태의 건물에 쌓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되는 핵발전소 증설 계획은 앞으로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이다. 정부도 이점을 고려하여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관련한 언급을 넣기는 했으나, 이는 언급정도로 될 문제가 아니고 실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20년동안 정부가 계획이 없어서 중저준위 핵폐기장 문제가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던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직년 12월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미래원자력종합로드맵(안)”에 따르면, pyro-process 를 통한 핵연료 재활용 계획을 추진하여 2027년 소듐냉각로(SFR) 실증로 건설을 진행키로 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recycling)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문제점(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한반도비핵화선언 등 재검토, GNEP 등과의 연계) 등을 해소한 이후, 현재 연구중인 pyro-process 방식의 핵연료 재활용 방안을 마련하여 2024년 pyro-process 준상업시설 건설을 완료하고, 2027년에 완공되는 소듐냉각로(실증로)에 준상업시설에서 만들어진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Pyro-Process를 이용한 핵연료 재활용(recycling)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재처리(reprocessing)과 다를바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준상업용 규모의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만들 경우, 예산이나 부지선정을 둘러싼 마찰이외에도 국제사회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핵시설들이 명목상으로는 모두 민간용, 상업용, 연구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행핵연료 주기 연구를 통한 핵기술의 확산과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부 원자력종합로드맵의 핵심은 2030년 이후에도 핵발전중심의 전력정책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신기술 도입을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는 거대 장치산업인 핵발전에 대한 정부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며,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R&D 예산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관련 R&D 예산(총액기준)은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이 잡혀 있으며, 우리나라 에너지 비중에 비해서도 에너지 관련 R&D 전체의 60%로 잡혀 있는 것에 알 수 있듯이 지나친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핵발전 관련 R&D 예산은 우리의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잡혀있다. 특히 핵융합 등에 사용되는 예산은 국제 공동연구인 ITER와 K-Star 독자개발로 병행되어 집행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기금의 경우에도 전기요금에 부가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과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는 원자력연구개발기금 등이 각종 사업으로 핵발전 관련 R&D를 지원하고 있다.

 

 

분야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프랑스

Renewable energy sources

17.713

23.854

30.743

(5.9%)

-

-

-

Nuclear Fission and Fusion

705.563

486.354

406.018

(77.6%)

-

-

-

Total Energy RD&D

791.539

585.215

523.413

-

-

-

독일

Renewable energy sources

95.549

91.039

96.072

87.332

70.907

123.512

(24.1%)

Nuclear Fission and Fusion

190.028

163.483

149.389

175.799

175.159

170.435

(33.2%)

Total Energy RD&D

350.992

377.716

336.57

475.853

462.223

513.25

일본

Renewable energy sources

154.069

140.018

176.859

144.498

311.335

285.413

(7.3%)

Nuclear Fission and Fusion

2631.46

2630.372

2923.186

2858.195

2470.134

2507.929

(64.2%)

Total Energy RD&D

3721.289

3745.996

4524.331

4129.136

3850.061

3905.286

영국

Renewable energy sources

9.038

12.246

20.446

21.952

36.447

66.489

(51.2%)

Nuclear Fission and Fusion

35.016

29.37

30.377

30.644

33.274

39.736

(30.6%)

Total Energy RD&D

98.493

60.95

68.671

64.646

90.079

129.905

미국

Renewable energy sources

236.214

274.122

266.111

255.899

249.613

242.81

(8.0%)

Nuclear Fission and Fusion

306.071

323.81

312.353

390.953

393.967

444.543

(14.7%)

Total Energy RD&D

2541.023

3081.014

3063.124

2900.097

2967.962

3017.766

한국

Renewable energy sources

-

-

13.338

16.111

39.988

52.456

(14.8%)

Nuclear Fission and Fusion

-

-

33.639

38.864

232.265

213.756

(60.3%)

Total Energy RD&D

-

-

121.081

-

380.934

354.549

IEA 주요국 에너지 예산 비교(단위 : Million USD / 2005년 기준)

 

과학기술표준분류

2004년

2005년

증감

금액(A)

비율

금액(B)

비율

(B-A)

(B-A)/A

에너지·자원

4,661

2.1%

5,660

2.3%

998

21.4%

원자력

3,155

1.4%

3,449

1.4%

294

9.3%

합계

221,853

100.0%

241.554

100.0%

19,701

8.9%

핵관련 분야 R&D 투자 비중(단위 : 억원)

 

전력사업기반기금은 한전민영화과정에서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는 금액으로 전기요금의 37/100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2007년 집행금액 1조 1832억) 전력사업기반기금은 원래 발전소주변지역에 대한 지원, 도서지역, 낙후지역 지원, 재생에너지보급확대 등에 사용되는 금액이나 매년 110억-120억 가까운 돈이 원자력문화재단을 통해 핵발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사용되거나 연구개발사업에 있어 원자력연구개발기금과 중복되고 있어 집행을 둘러싼 매번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기금이다. 또한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는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은 과학기술부의 핵관련 R&D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금액(2006년 조성금액 1750억원)으로 최근 과학기술부가 100%이상 인상을 추진하는 등 국민 부담으로 핵발전 R&D 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핵발전에 대한 각종 지원은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 추진의 근간이 됨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타발전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위 면적당 세계 최대의 핵발전 보유국이 될 대한민국.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2030년 달성되게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가 단위 면적당 세계 최대의 핵발전 보유국이 됨을 의미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프랑스의 경우 전력 중 핵발전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국토 면적과 인구밀도 등을 생각했을 때 우리와는 차이가 많이 있다.

국토 면적당 핵발전 비중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수치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고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핵발전의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출입금지 지역이 반경 30km에 달하고(이는 서울의 면적보다 크다) 더 넓은 면적의 국토가 방사능에 오염된 우크라이나의 경우와 우리의 경우가 동일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표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시점에서도 한국은 세계 2위의 핵발전 밀집도를 갖고 있는 국가이다. 벨기에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의 작은 국가라는 점과 섬나라인 대만을 생각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핵발전 밀집도는 이미 높다. 현재 20기의 핵발전 보유 상태에도 세계 2위라면, 2030년 우리는 이들을 훨씬 뛰어 넘는 핵발전 초밀집국가가 될 것이다.

 

 

면적1Km2당

핵발전소설비용량

(kW,2006말 현재)

발전전력양 중 핵발전 비중와 발전기수

1

벨기에(200)

프랑스(78%, 59기)

2

한국(179)

리투아니아(69%, 1기)

3

대만(143)

슬로바키아(57%, 5기)

4

일본(131)

벨기에(54%, 7기)

5

프랑스(120)

우크라이나(48%, 15기)

6

스위스(82)

스웨덴(48%, 10기)

7

러시아(65)

불가리아(44%, 2기)

8

슬로바키아(54)

아르메니아(42%, 1기)

9

영국(49)

슬로베니아(40%, 5기)

10

체코(47)

한국(39%, 20기)

<세계 핵발전소 현황>

(핵발전소 비중은 2006년말현재, 발전기수는 2008년 1월 현재)

(출처 : 原子力資料情報室, “原子力市民年鑑 2008”,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