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핵발전소 1호기 수명완료, 경주 중저준위핵폐기장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착공
이헌석(청년환경센터)
우리나라 최초 핵발전소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
2007년 12월말, 부산 기장군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해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측과 고리 1호기 인근 지역주민들의 보상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리고 한 달 즈음이 지난 1월 17일 화려한 재가동식과 함께 30년간 가동되었던 고리 1호기가 10년 더 수명을 연장하게 되었다.
1978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 의해 건설된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이다.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동안 가동되었다는 점 이외에도 수명연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정부의 일방적인 수명연장 방침에 따라 안전성 점검과 행정절차가 진행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핵발전소 수명연장은 많은 제도적 허점을 갖고 있었다. 신규발전소 건설에서는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설명회, 공청회, 정보공개의무 등은 해당사항이 없었으며, 설계수명 완료 2년에서 5년전에 제출하게 되어 있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등도 고리 1호기에만 예외적으로 1년전에 제출하도록 원자력법상에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국민의 알권리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불합리한 제도이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천문학적인 핵발전소의 특성상 안전성에 대한 검토는 투명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함에도 고리 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방사성환경영향평가서 등 가장 기초적인 보고서 내용이 수명연장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공개되지 않는 점에도 잘 드러난다. 발전사업자의 영업-경영상 비밀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결정이 내려진 이들자료는 신규발전소 건설과정에서는 공청회까지 하는 기본적인 공개사안이기 때문이다.
일관된 비공개원칙으로 투명성, 안전성, 신뢰성을 얻지 못한 채 진행되던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다 12월말 결국 14개 지역개발 요구사항과 450억원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과 발전사업자가 보상협상을 하면서 사안이 종결되었다.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와 투명성, 안전성과 같이 복잡한 절차보다는 이 문제를 단순 보상민원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발전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사건이었다.
보상으로만 문제를 종결 지은 또 하나의 사례 경주 방폐장
고리 1호기는 정부의 뜻대로 가동되고 있지만, 아직도 안전성 문제 등 가장 중요한 사안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월성1호기, 고리 2호기 등 설계수명이 끝나는 핵발전소 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고리1호기 당시 문제되었던 원자력법의 개정은 도마에 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음은 비단 고리 1호기 수명연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7년 11월 착공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대표적이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는 2005년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 4군데 지역에서 진행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주민투표 결과 89.5%의 찬성률로 결정된 경주방폐장의 공식명칭이다. ‘천년고도 경주에 방폐장을 유치하자’는 플랭카드가 나붙었던 경주였으나 관광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경주’라는 현재 지명을 제외하고 ‘방폐장’, ‘핵폐기장’이라는 무서운(!) 말보다는 ‘원자력환경관리센터’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로 포장하여 이름을 정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핵폐기장이다.
2005년 주민투표 당시 정부는 방폐장 유치지역에 대해 3000억원의 지원금과 매년 수십억원의 반입수수료, 양성가속기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4조원이 넘는 간접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각종 지원책은 나왔으나 정작 중요한 폐기물 처분방식, 지질조사를 비롯한 안전성에 대한 세부사항 등은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지역간 경쟁형식으로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였다. 여기에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1,2 등을 다투던 경주, 군산 시민들의 지역감정까지 자극하여 사상 유래없는 찬성률로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결정된 것이다.
핵발전소, 핵폐기장과 같은 시설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우선이다. 그러나 안전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주민들과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문제는 단순한 금전보상문제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2005년 주민투표 직후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위치를 둘러싼 경주지역주민들간의 갈등, 3000억원의 사용처를 둘러싼 경주시의회내 갈등 등은 우리 사회가 아직 핵발전을 둘러싼 문제에 있어 신뢰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잘 타나내주고 있다.
핵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논란은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이에 제대로된 논란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채 단지 문제제기를 진행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일정액의 금전적 보상만을 하고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우리는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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