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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리 1호기 연장’ 정보 공개를

원래 글의 제목은 "고리1호기 수명연장,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감추고 있는가?"로 잡아서 보냈는데, 신문사에서 제목을 수정해서 실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블로그에 올라와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올린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12131755131&code=9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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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리 1호기 연장’ 정보 공개를
입력: 2007년 12월 13일 17:55:13(경향신문 기고글)
 
지난 7일 과학기술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어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수명 연장 안전성 심사를 심의·의결했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 고리 1호기는 설계 수명 30년이 다 되어 지난 6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과학기술부는 이번 안전성 검사를 통해 향후 10년간 수명 연장을 하여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리 핵발전소 재가동 결정을 둘러싼 지역주민, 환경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대선 정국이라 전국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재가동 반대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절차가 그동안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논란이 종결되지 않고 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설계 수명 만료 시점은 처음 발전소를 지을 당시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수명 연장에 대한 법적 준비는 뒤늦게 진행되었다. 2005년 개정된 원자력법에서 다른 발전소는 2~5년 전에 제출해야 하는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고리 1호기에 대해서만 예외 규정을 두어 1년 전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규 발전소 건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청회나 정보공개 의무 조항은 아예 빠진 상태로 수명 연장에 대한 법령이 정비되었다.

그러다 보니 수명 연장 심사기간인 18개월 동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지역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가 접할 수 있는 자료는 전혀 없었다. 시민단체 등에서 수차례 정보공개 요구를 했지만 당국은 “검사에 영향을 준다”거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결과 발표가 난 지금 이 시점까지도 안전성 검사에 대한 요약보고서만 볼 수 있을 뿐 점검 과정에서 진행된 1029차례 질의·답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부분의 결함이 지적되었는지 등은 알 수 없다. 오로지 “국내외 전문가들이 충분히 심사했다”는 피상적인 내용만을 언론보도와 홈페이지를 통해 접할 수 있을 뿐이다.

정보공개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는 이번 발표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리 1호기의 안전성 심사를 진행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과학기술부는 안전성 심사를 진행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 결과를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하면서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안전성 문제를 최종 심의·의결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 개최 이전에 미리 기자 회견을 진행하는 이러한 모습은 그동안 핵발전 문제에 있어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모든 일들이 진행되어 온 정부의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고리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고리 1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지역 주민, 시민환경단체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문제는 단지 인근 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안고 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토록 수명 연장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자신한다면,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 투명하게 문제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20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우리 실정에서는 매번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월성 1호기 설계 수명 완료 시점이 2012년으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