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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월성1호기 수명연장 안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348115.html

[왜냐면] 월성1호기 수명연장 안된다 / 이헌석
왜냐면
한겨레
2012년이면 수명 끝나는 핵발전소
압력관 380개 교체 6천억 투입
폐압력관 보관 시설도 논란 많은데
정보 공개하지 않고 수명연장 시도



2012년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월성 핵발전소 1호기가 발전소의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압력관 교체 작업을 위해 4월1일부터 20개월 동안 가동을 멈춘다. 압력관은 핵연료 다발을 장전하는 핵발전소의 핵심 부품으로, 월성 1호기는 그동안 평균이용률이 높아 설계 수명보다 5년 일찍 수명을 다하게 된 것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안전에 관련된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현재 월성 1호기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중인 압력관 교체가 사실상 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1994년에도 압력관의 일부를 교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하는 압력관 교체 사업은 380개에 이르는 압력관 전체와 원자로관, 냉각제 공급관 등 사실상 원자로 전체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투입되는 금액만 압력관 교체 비용 3200억원, 폐압력관 보관 설비 등 모두 6000억원에 이른다. 월성 1호기보다 설비 용량이 1.5배나 많은 신고리 1호기의 건설 비용이 2조4500억원 규모이고, 압력관 교체 이후 월성 1호기의 설계 수명이 24개월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가 보더라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위한 작업으로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압력관 교체와 수명 연장은 별개의 일이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렇게 큰 공사가 진행됨에도 기본적인 정보 제공, 의견 수렴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폐압력관을 보관하는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폐압력관은 장갑·의류 등 방사선 준위가 낮은 저준위 폐기물과 달리 방사선 준위가 높은 중준위 폐기물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시설을 건설하여 50년 동안 임시 보관하게 되는데, 그동안 발전소 지역이나 핵 관련 연구시설이 있는 대전 등에서 훨씬 방사선 준위가 낮은 핵폐기물을 짧은 기간 임시 보관하는 것에도 논란이 있었던 점을 상기한다면, 월성 1호기는 내용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아예 논란을 원천봉쇄해 버린 것이다.

올해는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30년 되는 해이다. 스리마일 핵사고는 미국을 비롯 많은 나라들이 핵발전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추가 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해 수명이 다해버린 월성 1호기를 살리기보다는 지금이라도 그 비용과 시간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에 투여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더 나은 판단일 것이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