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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그 이면에서 짚어져야 할 문제들 - 에너지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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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전략토론회 토론문>

 

온실가스 감축, 그 이면에서 짚어져야 할 문제들

- 에너지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기후변화협약, 우리에겐 무슨 의미인가?

―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이 제정된 이래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 유연성체제(flexible mechanism)를 포함하고 있어 많은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으며 제정된 교토의정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인류에게 ‘기후변화문제’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공하였다.

 

― 그간 IPCC를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며, 매년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 금세기 말에는 최대 6.4℃의 온도 상승을 비롯 생태계 피해는 물론, 경제적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매년 12월이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기후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기후변화’ 문제는 아직도 먼 이야기이다. 소위 ‘전문가’들과 ‘협상대표’들만의 논의로 머무르고 있는 기후변화문제.

-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산업계를 중심으로 ‘시기상조론’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았다는 증거이고, 매년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나오고 있는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파악하기도 버거운 현실은 기후변화문제가 아직 ‘우리의 문제’로 다가오기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배출량

(MtCO2)

1990년 대비

2005년 대비

전세계 공유비전

선진국

21,488

(1990년 수준)

25~40% 감축

 

개도국

Baseline 대비 감축

 

정부발표안(1안)

642

115% 증가

약 8% 증가

정부발표안(2안)

590

98% 증가

동결

정부발표안(3안 - 확정)

569

90% 증가

약 4% 감축

한국환경단체 안

451

59% 증가

약 25% 감축

<시나리오별 감축 목표 비교>

 

-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8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안을 제시하고 최근 2005년 대비 4% 감축안을 확정지은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OECD 1위의 불명예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턱없이 부족한 감축목표이다. 공동의 차별화된 원칙이라는 기후변화협약의 기본 정신을 생각할 때 정부의 감축 목표는 ‘면피’용 목표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 하지만, 이 글은 이에 대한 비판보다 조금은 다른 각도의 접근을 하려고 한다. ‘기후변화협약 대응’,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들 말이다.

- 이들은 마치 온실가스 감축에 큰 기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혹은 일부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 다른 이면이다.

 

- 이를 통해 기후변화협약과 최근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감추어진 문제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심화되어 가고 있는 지역간 불평등

 

<시도 면적으로 비교해 본 인구, 전력발전량, 전력소비(2006),CO2배출량(배출기준,2005)>

 

- 우리나라의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수없이 많이 지적된 바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생산-소비시설의 집중은 에너지 문제에 있어 큰 지역간 불균형을 낳고 있다.

- 에너지(특히 전력) 문제에 있어서 지역간 불균형은 신규 전원시설 설치에 있어 지역간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인천과 충남을 중심으로 한 화력발전소 벨트, 경북과 부산-울산을 중심으로 한 핵발전소 벨트는 원거리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전형적인 예로 많은 환경적 문제를 낳고 있다.

 

- 2009년 밀양을 비롯 다양한 지역에서 벌어진 765kV 초고압 송전탑 문제, 영흥화력 5,6호기 신규 증설을 비롯한 화력발전소 증설 문제 등이 모두 이러한 지역간 불평등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 이는 온실가스 감축의 측면에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오염자부담원칙’과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지역

설비용량

(MW,%)

발전량(MWh,%)

판매전력량(MWh,%)

전력자급률(%)

1인당 전력소비량(kWh)

전체인구수 대비 지역별 비율(%)

서울

459(0.63)

1,599,194(0.38)

42,972,816(11.66)

3.72

227.18

20.75

경기

5,932(8.18)

19,095,275(4.52)

78,107,276(21.19)

24.45

132.39

21.98

인천

10,629(14.66)

44,781,497(10.60)

19,466,553(5.28)

230.04

129.33

5.35

수도권합계

17,020(14.66)

68,213,420(16.15)

140,546,645(38.13)

46.59

160.95

48.09

전체

72,491(100)

422,355,126(100)

368,605,433(100)

-

127.62

100

<수도권 지역별 전력 생산의 불평등 문제>

 

- 다량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으나, 전력자급율이 3.7%밖에 되지 않는 서울을 위해서 전력자급율이 230%나 되는 인천, 혹은 태백산맥을 넘어 경북 울진의 핵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에는 통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지자체별 감축계획이 수립되어야 하는 시점에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되는 원칙이다.

- 하지만, 우리 사회는 ‘국책사업’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이 모든 것을 두둔하고 있다.

- 가로림만에 지어지는 가로림만조력발전의 예를 들어보자. 발전사업주체인 가로림조력발전(주)는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민간사업자가 주식의 51%를 소유하고 있는 민간자본이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밀며, 시골 촌로들에게 ‘국책사업’이라는 선전을 하고 있다.

- 가로림만조력발전은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재생에너지로 기록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충남의 차고 넘치는 전력생산을 또 다시 늘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근본적으로 인구와 산업이 특정지역에 몰려 있는 것을 분산시키는 정책이 나와야 하겠지만, 당장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지역간 형평성 문제와 기후변화문제 해결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의미에서 지역간 에너지 쿼터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즉 이미 전력자급율(혹은 에너지자급율)이 월등한 지역의 경우에는 에너지총량을 계속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고, 에너지자급율이 월등히 낮은 지역의 경우에는 지역 특색에 맞는 재생에너지원의 발굴, 에너지 효율향상 등을 통해 에너지 총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 이는 단지 국가 전체의 일괄적인 계획수립만으로는 불가능하며, - 당연한 이야기겠으나 -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지자체가 앞장서서 해당 지자체의 에너지 쿼터제를 지키겠다는 선언과 더 이상 에너지시설을 늘리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한 부분이다.

- 여기에 중앙정부가 적절한 인센티브와 보상을 한다면, 현재의 지역간 불평등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결정적 한계 - 핵발전 문제

 

- 올해 2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성장 기본법 초안이 나왔을 때,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무늬뿐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다.

- 에너지 총량의 증가, 4대강사업과의 연계의혹, 물산업민영화 등 다양한 근거들이 나왔으나, 그 중 핵발전 비중 증가는 빼놓지 않고 나온 주제이다.

 

- 최근 국회 상임위 논의를 통해 ‘원자력산업육성’과 같은 조항이 녹색성장기본법에서 빠지는 등 외형상 저탄소 녹색성장과 핵발전이 관계 없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핵발전의 비중과 한국수력원자력 중장기재무현황>

 

- 이명박 정부는 작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부터 핵발전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핵발전의 비중은 59%까지 늘어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건설-계획 중인 8기의 핵발전소 이외에도 10기의 핵발전소가 더 지어질 예정이다.

- 전체 발전량 중 핵발전 비중은 1980년대 후반 한때 53%의 비중까지 늘어났다가 1990년대로 들어오면서 다양한 발전원이 섞여 있는 전력Mix가 강조되면서 현재 35%대까지 떨어졌던 핵발전의 비중을 다시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핵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는 나라이고, OECD 가입국 중에서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건설 국가이다.

- ‘원자력 르네상스’가 돌아왔다고 핵산업계는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핵발전소를 짓지 않고 있고 일본, 프랑스 등 전통적으로 핵발전 선호국들을 중심으로 1-2기 정도의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원자력의 황금기’이던 1970~80년대에는 매년 10여개씩의 신규핵발전소가 새로 가동을 시작할 정도였다.)

- 이는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선진국가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중적 투자와 육성보다는 핵산업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안타까운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 이미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메이져 업체들이 거의 모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사업에 원천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뛰어드는 모습은 벤처 정신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갈 민간기업의 모습일지는 몰라도 국가의 미래를 건 판단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원자력플랜트 수출’을 선정하고, 신규 2012년까지 핵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몇몇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녹색‘성장’의 한 부분으로서 국내 핵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수정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한마디로 환경에 유리하지도 않고 전력공급원으로서도 안정적이지 못하면, 에너지 안보에도 불리한 전력원을 건설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원전의 건설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아주 바보스러운 선택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한 길이 없다. 진짜로 무엇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선진 외국에서는 원자력발전을 Renewable Energy Sources에 대비하여 Advanced Energy Sources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신재생에너지보다 유리하게 대우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없으면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원전의 희생 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현명치 못한 선택이다....(후략)

- 김영평(고려대 교수, 원자력연구소 이사)

 

정책건의 : 원자력은 온실가스 미배출(Zero-emission) 전원이고 세계적으로도 원자력발전사업자에게 RPS의무를 직접 부과한 사례는 없으므로 우리나라도 RPS 의무부과 면제 건의 - 원자력사업자는 녹색성장정책에 따라 원자력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 요청

- 이우방(한국수력원자력 전무)

 

<RPS 도입에 따른 원자력계의 입장>

 

- 녹색성장을 둘러싼 정부 정책의 잘못된 시그널은 최근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 발전의무할당제) 도입을 둘러싼 원자력계의 입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 최근 정부는 2022년까지 주요 전력사업자의 발전량의 1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RPS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정부의 RPS 계획은 이전에 시행되고 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면서 추진되는 계획으로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도하에서 성장하고 있는 자발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거대 기업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의 양만을 채우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핵산업계는 핵발전이 CO2를 발생하는 않는 친환경에너지이며, 녹색성장정책의 주요한 골자를 담당하고 있기에 RPS를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으로 전체 전력의 59%를 담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핵발전이 RPS에서 빠지게 되면, 일정수준이상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채우겠다는 기본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만들어지게 된다.

-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핵산업계 스스로가 자신이 ‘녹색’산업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시스널을 정부가 반복적으로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본개념오류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과 사고위험성 등으로 항상 골치덩어리였던 핵산업에게 ‘녹색’의 면죄부를 주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 특히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짐으로 다가갈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에너지정의 차원에서 분명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70~80년 정도밖에 우라늄의 채광년도가 남지 않은 상태에서 짧으면 300-400년, 길게는 1만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은 핵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기의 혜택을 볼 수 없는 미래세대에게는 엄청난 짐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핵발전의 환경부정의 문제는 많은 검토가 있었고, 기후변화 해결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채택이 보류되었던 것이다.

 

논의 문서

FCCC/KP/AWG/2008/5

(29 September 2008)

FCCC/KP/AWG/2009/10/Add.3/Rev.3

(16 November 2009)

핵문제에 대한 CDM 안(options)

1안) 핵시설에 관한 활동은 CDM 프로젝트에 적절치 않다.

 

2안) 새로운 핵시설에 관한 활동은 CDM으로 등록될 수 있다. 또한 Annex I 국가는 이로 인해 발생한 CER을 사용할 수 있다.

 

Note :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 적절한 핵활동의 기준과 요구사항

- 기술접근에 관련된 비용

- 배출저감의 직접적 기여도

- 핵비확산 관계

- 핵폐기물 영구처분 관계

- 안전, 방호, 안전기준

1안 - 핵시설을 이용한 활동은 CDM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결정한다.

 

2안 - 새로운 핵시설(2008년 1월 1일 이후 건설된)에 관련된 활동은 CDM에 적절한 것으로 결정한다.

 

요청사항 - 초벌 토론을 위해 핵시설에 관한 CDM 프로젝트에 대한 양식과 방법을 조언해 줄 것을 SBSTA에 요청.

<핵문제에 대한 최근 UNFCCC AWG-KP 논의 내용>

 

- 물론 핵산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 2001년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핵발전이 CDM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이후, 핵발전을 CDM 프로젝트로 복귀시키기 위한 핵산업계의 로비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 최근 UNFCCC AWG-KP를 중심으로 다시 핵발전의 CDM 추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안건으로 상정되어 논의되고 있으나, 핵발전이 CDM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는 많지 않다.

- 2001년 당시 강력히 반대했던 EU 국가들과 환경단체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의견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개도국 - 특히 가난한 국가(poor country)에게 핵발전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로비하고 있는 핵산업계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이 문제는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주제이다.

- 바꿔말하면, 선진국에서의 추가 건설이 더 이상 힘들어진 상황에서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나 다른 나라로의 판로 모색을 통해 핵산업을 지탱시키려는 핵산업계의 눈물겨운 모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하여, 이미 많은 양의 핵발전소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력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공기업, RPS, 그리고 노동계의 역할

 

-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11%로 늘릴 것을 밝히고 있다.

-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주요발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PS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현재는 그 도입 전단계로 자발적 참여에 의한 RPA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년도별

투자금액

(억원)

2006

1,246

2007

2,409

2008

5,200

합계

8,855

연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1안

2.0

2.5

3.0

3.5

4.0

5.0

6.0

7.0

8.0

9.0

10.0

2안

2.5

3.0

3.5

4.0

4.5

5.0

6.0

7.0

8.0

9.0

10.0

<연도별 RPA 투자금액과 RPS 도입에 따른 공급의무량(검토안,,단위 %)>

 

- RPS 제도는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비율을 의무화하여 일정양의 에너지원을 충당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신규 산업으로서 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되기보다는 재생에너지산업이 기존 전력산업에 종속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 특히 헤르만 쉐어 같은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 업계의 헤게모니를 뛰어넘지 못할 경우, 핵발전과 화석연료에 충실한 기성 산업계의 특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산업을 견제받고, 결국 핵-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발전산업에 대한 진입규제가 해제되었지만, 한전자회사의 발전비중이 93.5%(2008년 기준)에 달하고, 최근 분할된 전력산업을 다시 통합하는 논의가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즉 사실상 과점 혹은 독점상태인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산업이 안착화할 수 있는 방안과 고민들은 그다지 활발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영세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RPS 제도는 결국 기존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에 익숙한 거대발전사업의 독점을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발전차액지원제도 하에서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로 소규모-분산형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이 육성되는 형태와는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일부 환경단체와 재생에너지산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RPS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력산업구조재편 논의가 보다 폭넓게 통합되어 진행될 필요가 있다.

- 그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등 연대체를 통해 에너지체제 전환의 필요성이 환경단체-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진행되기는 했으나,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논의에 머물렀을 뿐 구체적인 수준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 이에 따라 그동안 노동계를 중심으로 진행된 전력산업구조재편 논의는 공기업 형태인 발전사업자의 소유구조에 대한 논의나 수평-수직으로 나뉘는 산업구조 개편 논의, 발전 연료 구입을 둘러싼 효율성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 한편 환경단체의 경우, 1990년대 말부터 ‘한전독점해체’라는 슬로건을 통해 발전 산업에 대한 진입규제 철폐,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환경파괴를 추진해 온 공기업의 개혁 등을 주장해왔다.

 

-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과 RPS제도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요 화두인 지금, 환경단체와 노동계가 함께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왜곡된 형태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신기술

 

- 어긋나버린 ‘저탄소 녹색성장’은 핵발전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CO2 저감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형태의 환경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항목

조력발전소

화력발전소

대수력 ․ 풍력

가로림만조력

강화조력

인천만조력

영흥화력

#3#4(유연탄)

신인천 C/C

(LNG복합화력)

충주댐

강원풍력

(대관령)

발전설비용량(MW)

520

812.8

1,320~

1,440

1,600

1,800

412

98

발전량

(GWh)

950

1,536

2,414~

2,676

-

13,004

847

232

사업비

1조 22억원

2조 1,371억원

3조3,969억~4조2433억원

1조 5,796억원

6,428억원

5,551억원

1,588억원

준공 연도

2014년

(예정)

2016년

(예정)

2017년

(예정)

2009년

1997년

1986년

2006년

<조력발전소와 다른 발전소의 비교>

 

 

- 그 대표적인 사례가 조력발전소이다. 현재 추진 중인 조력발전소는 건설 중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비롯 가로림만, 강화도, 인천만 등 모두 4개이다. 세계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계획 중인 이들 조력발전소는 시화호를 제외하고 모두 조력발전을 위해 별도의 조력댐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 이는 그동안 자연적으로 유통되던 해수를 가로막고, 기존 갯벌지역에 댐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 에너지원으로서 조력발전은 CO2가 발생하지 않고, 다른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 하지만, 바닷물이 자유롭게 유통하는 조류발전과 달리 조력댐 건설로 인해 해수 유통이 자유롭지 못하고, 인근 해양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경파괴적인 발전소이다.

- 또한 발전소의 규모가 크고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등 소규모-분산형이라는 재생에너지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 발전소이다.

 

- 그러나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 흐름을 타고 CO2가 나오지 않고,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 이러한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보급은 재생에너지의 이미지를 나쁘게 할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발전소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이 역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저탄소 녹색성장의 부끄러운 이면이며, ‘온실가스 감축’이 또하나의 전체주의적 흐름 - 생태파시즘으로 이어지는 예를 만들 것이다.

 

시기

국제기후변화원주민 포럼 International Indigenous Peoples' Forum on Climate Change 의 입장

UNFCCC COP11(캐나다 몬트리올)

“청정개발체제 하에서 벌어지는 활동의 진행양식과 절차들은 토지 및 영토에 대한 우리의 권리와 자결권을 존중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청정개발체제와 흡수원사업은 기후변화 완화와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원주민들은 석유, 가스, 채굴 및 에너지 산업들이 반복적으로 벌이는 체계적인 폭력을 경험해왔다. 이들은 우리가 물려받은 전통적인 토지를 보호할 권리를 침해했다. 우리는 이전에 있었던 원주민 기후선언을 재확인하고 지지하는 바이다.”

UNFCCC COP12

2006년 케냐 나이로비 기자회견문

“원주민들은 청정개발체제 상의 탄소흡수원사업들이 우리의 토지와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 원주민들의 영토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은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UNFCCC SBSTA의 REDD에 대한 진술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

“REDD는 원주민들에게 이익을 가져오지 못할뿐 아니라 사실상 원주민들의 권리를 더욱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REDD는 우리의 인권과 토지, 영토 및 자원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것이고, 우리의 토지를 훔쳐갈 것이며, 강제적인 추방을 야기하고, 이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으며, 원주민들의 농업활동을 위협하고, 종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는 한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REDD하에서 국가와 탄소거래자들은 우리의 숲에 대한 통제를 더 많이 행사하게 될 것이다.”

<유엔회의에 제출된 국제기후변화원주민포럼의 입장>

 

- 이와 같은 일들은 개도국 산림전용에 대한 논의 - REDD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 산림전용 및 황폐화를 막아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사나 능력이 있는 국가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REDD는 최근 ‘REDD +'가 추가되어 탄소저장능력 강화와 보존에 대한 부분까지 확대되어 논의되고 있다.

-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공기와 산림을 상품화하고 벌목업자, 오염자, 산림파괴자에게는 이익을 주는 반면, 전통적으로 산림을 이용해 온 원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랜 세월동안 해당 산림을 근거지로 삼아온 원주민에게 이러한 거래는 결국 ‘식민주의’적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 산림훼손을 막아 기후변화를 막아보자는 원래 취지와 달리 다양한 이견 속에 단순한 REDD의 수행은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 최근 한국 정부도 REDD 등을 염두에 두고 캄보디아 등에 해외 조림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환경정의적 관점에서 REDD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 기후변화 협약에는 REDD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제도이외에도 신기술 도입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기도 하다.

-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CCS(탄소포집저장기술)이다. 핵발전과 더불어 AWG-KP에서 논의 중인 CCS는 발전소 등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처에서 탄소를 포집하여 유전(혹은 가스전)의 빈 공간에 온실가스를 다시 보관하는 기술이다.

 

- 이 기술은 화석연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지구온난화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반면, 탄소포집-저장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온실가스가 외부로 누출될 위험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 특히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보급, 에너지효율향상과 같은 다른 부분에의 투자를 막고, 화석연료 사용의 즉각 감축을 유예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받고 있다.

 

...(전략).. 본 조사에서는 이상의 IPCC 보고서의 석탄화력(PC)은 유연탄화력발전, 가스복합화력(NGCC)은 LNG 복합으로 간주하여, 각 화력발전에 대한 이산화탄소 CCS 비용을 편익으로 산정하였다. 각 부하대별 연간발전량에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를 위하여 발전부문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로부터 우리나라가 인정받은바 있는 온실가스 배출계수(0.6214tCO2/MWh)를 곱하고 환경편익을 산정하여 아래 표에 각 안별로 제시하였다....(후략)...

부하종류

환경편익(중규모)

환경편익(대규모)

부하대별발전량

(GWh)

CCS 비용

(백만원)

부하대별 발전량

(GWh)

CCS 비용

(백만원)

기저부하

1,006

45,180

1,115

50,082

중간부하

854

46,510

946

51,556

첨두부하

554

30,206

615

33,483

총계

2,414

121,897

2,676

135,120

<인천만조력의 편익분석 중 CCS 관련 부분>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비용과 기술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CCS기술이 한국에서는 발전소 비용편익분석의 환경편익부분으로 계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 아직 CDM 포함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고,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CCS 비용을 CO2 저감량에 곱해져 새로운 부를 창출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CS가 CDM 사업으로 등록된다 할지라도 이는 배출권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CDM Credit 비용을 중심으로 계산되어하는 것이 적절하지, CCS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계산되는 것을 적절치 않다. 사실 CCS가 비판받는 것 중 하나는 CCS에 들어가는 비용이 16.6$/tCO2~91.3$/tCO2로 탄소거래 비용의 4~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 또한 강화도와 인천 지역은 전력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화력발전소 등을 지을 필요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조력발전소의 생산 전력을 화력발전소 전력생산에 빗대어 CCS 비용으로 환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 이러한 예는 기후변화협약, 온실가스 저감이 우리사회에서 - 특히 전문가들조차 아직 익숙치 못하고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 비슷한 예로 석탄액화가스기술(IGCC)나 핵융합 등 화석연료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거나, 기술적으로 아직 난제가 남아있고 핵폐기물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술들이 기후변화문제의 현실적 대안처럼 회자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 이 역시 그동안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기술들이 현실적인 검토 없이 회자되고 관련 학계나 산업계의 입장에 따라 ‘성장동력’ 혹은 이에 준하는 이름으로 채택되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제도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지금, 정부가 앞장서서 옥석을 가리고 사회적 논의와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은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 그렇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라는 중대한 문제를 앞둔 혼란한 틈을 타 혈세를 낭비하고 오히려 환경문제를 비롯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기후변화문제

― 1997년 교토의정서 제정이후 10여년 동안 ‘우리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갖고 논쟁하고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에너지체제전환에 한발 더 가까이 갔다.

- 안타깝지만, 아직도 우리는 ‘선진국/개도국’논의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 그러나 이는 단지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했다는 도덕적-윤리적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탈핵-탈화석을 실천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사회시스템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는 단지 에너지원을 바꾸고 CO2를 저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세대간의 형평성 문제를 포함한 환경정의적 관점으로까지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후변화문제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인 적응 전략이 논의되어야 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문제가 그만큼 포괄적이고 심도 깊은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2009년 12월. 코펜하겐 회의는 우리에게 단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방법과 그동안 그 이면에 감추어졌던 문제점들을 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코펜하겐 회의를 통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