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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오마이TV 송전탑 아래 형광등 동영상과 몇몇 전공자들의 반응에 대해

(2014.1.10. 페이스북)


오마이 TV 에서 당진 송전탑밑에 폐형광등을 놓고 찍은 동영상이 화제이다.
타언론사의 특종(!)은 흔히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관행인데, 오늘자 한겨레도 사진을 게재했고, 몇몇 공중파가 비슷한 보도를 준비 중인 모양이다.

이러다보니, 한전이나 몇몇 전기공학자들이 취재하는 언론에 "전자파에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있고, 송전탑 인체 피해 논란이 있는건 자기장인데, 그 현상은 전기장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라 인체 영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몇몇 언론이 내게 전화를 걸어 "그런말을 하던데요."라고 물어본다.. 잘 모르는 이들은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가기 딱 좋다.

과학적 사실로는 한전이나 몇몇 전기공학자들의 설명이 맞는 이야기지만, 이는 이 실험의 의미를 잘 모르는 동문서답이다. 

흔히 전자파라고 불리는 전자기파는 전계와 자계로 나눠진 파장이다. 우리가 말하는 전자파 논쟁은 송전탑처럼 극저주파(ELF)를 중심으로 한 논쟁과 핸드폰 전자파처럼 무선주파수(RF) 논쟁이 있는데, 흔히 ELF 는 자계가 큰 쟁점이고, RF에선 전계의 인체 흡수율이 쟁점이다.

그런데 형광등 실험의 목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송전탑의 영향을 눈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계측기가 필요한 것이지, 이런 실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었던 것처럼 미국, 독일 등 초고압송전탑 반대운동이 있는 곳에서 이런 시위는 송전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보편적인 시위방법이기도 하다.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는 원리는 앞의 말처럼 송전탑의 전기장의 영향으로 나온 전자가 형광등 안쪽의 수은을 때려 자외선을 발생시키고, 그 자외선이 다시 형광물질을 때려 빛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새 형광등이 필요도 없고, 안쪽의 수은증기와 형광물질만 잘 있으면 불이 들어온다. 하지만 전자가 수은증기를 때려야하기 때문에 이는 자기장과는 상관이 없다. 아무리 쎈 자석을 형광등에 가져다 댄다 할지라도 형광등 불이 켜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문제는 그럼 이곳(송전탑 밑)에 자기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그렇지 않다. 전공자들이 대학 1,2학년때 배우는 전자기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초등학교 수준으로도 전류 흐름에 따라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림에서 보듯 전자기파의 진행방향에 직각으로 전계와 자계가 번갈아가며 나오고 있다.http://en.wikipedia.org/wiki/File:Electromagneticwave3D.gif 





실제로 10월에 방문한 당진 송전탑 밑(사진을 보니 오마이TV가 찍은 곳과 같은 곳인 것 같다.)에서 나는 4mG 이상의 자기장을 직접 측정하기도 했다. 대한전기학회 연구조사에서도 평균 3.6mG 가 측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자들이 "저건 자기장 때문에 켜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들은 말그대로 "반칙"이다. 말그래도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에 반칙이 보편화되었다지만, 이렇게까지 굳이 해야 겠나? 요즘 참 답답한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