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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도쿄전력 텔레비회의 49시간의기록 & 후쿠시마 핵사고 타임라인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일본은 정말 오타쿠의 나라이다.

출판업계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본 가장 황당한 책은 원주율 백만자리를 적은 책이다. 아무 설명없이 백만개의 숫자가 책에 씌여 있다.(이걸 사는 사람은 대체 왜 사는 걸까? 설마 외우려고?)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수없이 많은 책들이 나왔는데.. 이번에 산 책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도쿄전력 테레비회의(화상회의) 49시간의 기록' 과 '후쿠시마 핵사고 타임라인'이다. 

각각 400페이지와 320페이지짜리 책인데.. 책 제목처럼 첫번째 책은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도쿄전력 본사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이의 화상회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다. 얼마 전 같은 이름의 다큐멘타리(다큐라기보다는 자료화면에 가까운데 49시간짜리 영상을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1~2시간으로 재편집한 것이다.)이 나와 공동체 상영중이기도 하다.  두번째책은 그래도 정부, 도쿄전력본사, 후쿠시마 발전소, 원자력안전보안원 등이 시시각각으로 어떤 일들을 했고,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를 말그대로 일지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정말 따분하기 이를 때 없고 도대체 이런걸 왜 책으로 낼까, 누가 살까 싶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이와나미가 책으로 펴냈다..(물론 나같은 사람들이 해외직구로 사기도 한다.^^) 정말 고맙고 대단하고 놀랍기 그지없다.. 말랑말랑하고 입에 달달한 '컨텐츠'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딱딱하고 거칠고 맛없는 '컨텐츠'도 소비하는 일본의 풍토가 부럽다.. 말랑말랑과 딱딱함이 공존해야 함에도 말랑말랑하지 않으면 죄악시(!)하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어느 장면을 볼까하다가 3월 14일 후쿠시마 3호기가 폭발하는 장면(2011년 3월 14일)을 먼저 봤다. 3월 12일 1호기는 이미 폭발했고.. 며칠동안 밤을 새웠을 상황..  지금은 암으로 사망한 요시다 소장이 본점을 다급히 부른다.. "본점, 본점!" "본점. 본점.. 큰일. 큰일입니다. 3호기가 아마 수증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요시다 소장은 이것이 수소폭발인지 수증기폭발인지 잘 몰랐다.) 정확한 상황 파악은 안되지만 무언가 보고를 해야하는 하지만 위급한 당시 다급함이 느껴진다.. 


(페이스북에 쓴 글 20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