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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_보도자료_알림

[성명서]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는 ‘추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추진할 지가 중요하다.

<청년환경센터 성명서>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는
 ‘추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추진할 지가 중요하다.

- 지식경제부의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 추진 보도에 대한 청년환경센터 입장 -

 
  지식경제부가 올해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오늘(8일)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었다. 언론보도가 맞다면 지식경제부는 2월에 “공론화 추진단”을 구성하여 내년 초까지 “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몇 차례 간헐적으로만 이야기되던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가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문제의 공론화는 그동안 많은 논점만 제시되었을 뿐 어떠한 합의나 진척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원자력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 TF가 작년 초 권고보고서를 내고 공론화의 원칙과 기본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뚜렷한 이유나 다른 계획 없이 1년을 그대로 허비하였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지난 12월말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용후핵연료의 이용을 포함하는 ‘미래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계획’이 수립-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사용후핵연료를 두고 정부의 한쪽(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를 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개발계획을 발표하고 한쪽(지식경제부)에서는 이제서부터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하는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과거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때처럼 단지 어디에 부지를 선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 과정을 통해 핵무기의 주요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처분(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사안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다. 또한 환경적 측면에서도 아직 처분기술이 개발단계에 있으며, 그 안전성 역시 논란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공론화는 매우 민주적이며, 투명하고, 법과 제도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가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대해 과거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 TF는 각종 해외사례 등을 바탕으로 한 논의를 통해 그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그에 못 미치는 것이었고, 오늘의 언론보도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뿐 공론화의 기본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언론보도 또한 공식발표가 아닌 ‘단지’ 언론보도일 뿐이다. 과거에도 지식경제부가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수차례 나왔다. 하지만 '단지 언론보도에 불과한‘ 이러한 발표는 언제든지 뒤짚을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공식적인 발표‘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신뢰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정부의 말바꾸기를 경험했다. 문제없다던 굴업도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고, 부안에서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장관 발언이 바뀌고, 애매하게 표현되었던 한수원 본사부지위치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경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용후핵연료 문제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언제든지 뒤짚을 수 있고 법적인 효력도 없이 정부가 하니 믿으라는 식은 이미 낡은 방식이며,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것이 더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을 배운바 있다.

다음으로 일부 언론보도에 나온 것처럼 용역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공론화가 추진되려는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추진계획에 대한 용역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발주로 진행 중에 있다. 공론화 추진계획 수립을 용역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반대는 그동안 공론화 TF에 참가한 민간위원들을 중심으로 수차례 제기된 내용이다. 공론화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추진 절차와 방법에서부터 신뢰쌓기와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하는데 용역이라는 방식은 그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 지위와 역할도 없는 용역팀의 결과물, 그것도 주요 이해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한수원의 발주에 따라 진행되는 결과물에 따라 공론화가 추진되는 것은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동안 공론화 추진에 대한 많은 용역과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보고서에 하나의 보고서를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문제에 대해 대국민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단지 공론화의 밥상을 차릴 테니 모두 모여라는 식으로는 현재 문제를 풀 수 없다. 5개 핵발전소 부지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지난 20여년간 핵폐기장 문제로 아픔을 겪었던 모든 지역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또다시 쟁점이 될 것이다. 과거의 혼란의 중심에 ‘정부’가 있었고, 그 앙금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진행할 논의에 모두 다 참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현 정부는 2030년까지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해 핵발전 비중을 60%까지 올릴 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신뢰 회복과 사용후핵연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이 없이는 또 다시 밀어붙이기(DAD, decide-announce-defend) 방식의 재연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가 정해진 시한에 쫒겨 진행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부와 한수원이 언급하고 있는 2016년 시한은 이 문제 해결에 그리 중요하지 않은 요소이다. 사용후핵연료의 포화시점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 시점을 늘림으로써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충분하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그 범위에 있어서도 ‘중간저장’이나 당장의 포화문제가 아니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것인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문제를 회피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던 과거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의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문제가 공론화 방식으로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첫시도가 될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용후핵연료문제는 그 복잡함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으로 인해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는 충분한 논의시간과 의지, 그리고 민주성, 투명성 등을 갖춘다면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문제를 넘기려고 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모으기 위한 작업에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밝혀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향후 정부의 ‘공식적인’ 계획과 입장 발표를 주시하겠다.
 

2009. 1. 8.

청년환경센터

 

≪다음 주부터 몇 차례에 걸쳐 사용후핵연료문제 공론화에 대한 기획 보도자료를 발송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